AI '물방울 분석' 기술, 미세먼지 해결 나선다

입력 2021-12-03 17:12   수정 2021-12-04 12:43

물의 상태 변화는 모든 산업에서 활용한다. 발전소가 물을 끓인 증기로 터빈을 돌려 가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장이나 전자기기 내 냉각시스템도 기화 현상 등을 이용한다. 기화, 동결 등 물의 상태 변화는 짧은 시간에 아주 작은 규모부터 일어난다. 이를 연구하려면 고감도 센서 등으로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 데이터를 모으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 재미 과학자가 결로 과정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변화를 센서 없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원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사진)가 주인공이다. 원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과 협업한 이번 연구 성과가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고 3일 밝혔다.

원 교수는 “온도 센서 없이 사진과 동영상만으로 결로 현상의 열 전달 과정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결로는 대기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져 수분이 물체 표면에 맺히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결로 현상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뒤 AI 기술을 써서 물방울 사이즈 변화와 열 전달량을 분석했다. 마스크 R-CNN(지역 컨볼루션 신경망)이라는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자율주행차가 표지판, 횡단보도, 차량, 사람 등을 인식하는 원리에 깔려 있는 알고리즘이다. 분석 대상 이미지를 지역별로 나눠 마스크(라벨)를 씌운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원 교수는 “결로 현상이 일어날 땐 물방울이 서로 만나 커지기도 하고 갑자기 ‘점프’해 표면을 떠나기도 하는데, 점프하는 물방울이 많을수록 열 전달이 효과적이고 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점프하는 물방울은 왁스를 바른 자동차에 비가 내렸을 때 빗방울이 차체를 타고 흘러내려 이탈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표면 처리 등 환경이 최적화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방울 AI 분석’으로 불리는 이번 연구는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점프하는 물방울 원리를 발전시키면 자체 클리닝(청소)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다. 물 부족 국가 등에서 비 집수 시스템 설계 및 최적화에도 응용할 수 있다.

특히 미세 전자기기 내 냉각시스템 최적화에 활용할 수 있다. 물방울 AI 분석은 원 교수의 주력 분야인 ‘히트 파이프’에서 비롯됐다. 히트 파이프는 금속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고 유체(물)의 액화와 기화를 반복시켜 냉각 효과를 내도록 설계한 열전도체를 말한다. 한 번 물을 넣으면 추가로 넣을 필요가 없는 ‘반영구 냉각장치’다. 히트 파이프는 작게 만들어 CPU(중앙처리장치)나 그래픽카드, 스마트폰 등에 넣기도 하고 대형으로 제작해 항공기나 인공위성 등에 넣기도 한다. 결로 현상은 에너지 순환 차원에서 히트 파이프와 원리가 같다.

물방울 AI 분석은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서해상에서 인공강우로 잡는 방안을 일각에서 검토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현실화하는 데 기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원 교수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엔 마이크로미터(㎛) 단위 히트 파이프를 나노미터(㎚) 이하로 줄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보잉, 노스롭그루먼 등 거대 우주항공 기업이 발주한 연구를 주로 수행해왔다. 2018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신진교수상, 캘리포니아대 혁신연구상 등을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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